About 

the Happy Prince

행복한 왕자

인공 지능과의 즉흥극 가능성 실험
프로젝트

with 고헌, 김명규, 신은경, 홍정아

춘천시 공연예술 창업지원센터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Habthon Lab + Hackerthon Project

HAB Center, 2024.06.19 - 2024.07.14

디지털 매체와 공연 예술의 융합,
시간과방의실험실의 사례

<시간과방의실험실>은 공연 예술의 생동감을 어떻게 디지털 환경 안으로 옮겨올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발기한 단체입니다. 온라인 환경 안에서, 디지털 매체들을 활용하는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팀 구성원 중에 개발자가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공연을 위한 기술을 구현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단체는 상용 수준 기술들을 응용하는 차원에서 성실하게 새로운 기술들을 공연 도구로 활용해 왔습니다. 2021년에는 줌 화상회의와 2022년에는 음성 기반 SNS와 오픈채팅, 보이스 룸 등을 활용해왔으며, 2023년부터 현재까지 Instagram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실험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류가 반복하며 겪게 될 기후 위기에 따른 문제나 기술의 발달에 따라 변화될 디지털 전환의 생활을 고려한다면, 미래에는 비대면 공연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미래 극장에 대한 대비를 위해 공연 예술가들에게는 디지털 매체의 활용이나 기술과의 접목을 적극적으로 탐험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시간과방의실험실>은 디지털 매체들과 기술들을 연극 작업에 활용하는 실험과 연구를 이어가며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미래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연극 작업을 준비하는 차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유익한 밑거름이 되길 희망합니다.

무엇보다, 지난 2021년부터 연극이 가지는 세 가지 핵심적인 특징인, 신체성, 공간성, 시간성에 초점을 맞추고 <시간의방> 디지털 연극 시리즈를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신체와의 '접촉', 육체의 '감각', '아날로그적 장치'들의 연구와 활용이 깊어지고 있다는 발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작업에서는 디지털 매체들은 육체의 한계들을 보완해 주고 육체 간의 불가능한 소통을 이어주는 보조 장치라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21-2022년까지의 온라인 작업 과정을 통해 관객과 배우의 디지털 접촉을 일으키는 주요한 바탕은 "동시성"이라고 확신해 왔으나, 현재 준비하고 있는 <곧> 작업을 통해 동시성은 디지털 매체가 주는 환각이자 착각의 장치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과 인간 간의 진정한 동시성은 육체적인 마주 대함 속에서 이뤄질 수 있으며, 장-뤽 낭시가 제안한 “만짐의 연기” 덕분에 정신 간의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결론 속에서 새로운 작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I와 인간의 즉흥극,
행복한 왕자 프로젝트

1년 전 chatGPT와의 즉흥극의 가능성 여부를 탐색하고자 채팅으로 즉흥 역할극을 테스트했습니다. 이를 통해, 행복한 왕자의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반응, 상대방에 대한 포용력, 친절한 톤이 검색엔진으로써 인류에게 도움이 되고자 설계된 chatGPT와 유사점이 있음을 발견하며, 공연으로 구성해 본다면 재미난 실험이 될 수 있겠다는 거친 아이디어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지난 5월 음성 기능까지 보완된 ChatGPT 4 버전이 새롭게 출시되었습니다. 현재는 ChatGPT의 이미지 구현을 위해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ChatGPT의 비주얼 이미지가 자리 잡기 이전에 음성 서비스로 제공되는 AI를 활용하여 재빠르게 공연 양식으로 묶어내는 것을 구상했습니다.

이번 합톤 기간에는 ChatGPT 4 버전과 함께 행복한 왕자를 무대 위의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즉흥극의 형식으로 실험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과 AI 기계 간의 공연에 대한 연구에 대한 가능성을 그려 보고자 합니다.

쇼케이스 내용 - 무대 위에 공연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이 AI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즉흥으로 <행복한 왕자> 이야기를 꾸며나가고자 합니다. 드라마 구성을 따라나가는 전통 연극 형식이 아닌, 포스트 드라마 연극 구조로써 연기하지 않는 연기이면서, 연극임을 드러내어 유희하는 Non-Acting 형식으로 표현합니다. AI에게 연극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혹은 역할의 임무를 주기적으로 환기 시키고, 극적 상황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AI의 실수들을 제한 없이 그대로 공연 상황에 담습니다.

인간이 무대 위에 인간을 대체한 사물, 인형들을 내세운 공연은 그 역사가 깊습니다. 그러나 현재 AI 기존의 인형극과는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물론 인간에 의해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지만, 기존에 인형처럼 배우가 통제하고 상상력을 표현해 내던 사물들과는 다릅니다. 즉흥적으로 정보들을 조합하고 있는 AI와 인간은 즉흥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주체들입니다. 이는 마주 선 배우를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보다 자유로운 장치가 될 것입니다. 인간은 AI의 이야기에 반응을 담고, AI 또한 마주 대한 상대와의 반응에 (물론 제한적이지만) 주체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안에서 인간과 기계 간의 시선의 차이를 느껴봄과 동시에 연극적 상상력이 주는 실험을 하나의 장면에 입혀보고자 합니다.

기술을 통한 예술의 재발견,
인간성과 AI의 상호작용

모든 기술은 제대로 잡고 있다면, 인간성을 붙들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활을 도울 수 있는 AI의 개발을 두고 인간은 자신을 대체하게 될 존재가 만들어졌다고 미래를 염려하며, 특히나 순식간에 그림과 음악, 글들을 쏟아내는 AI 기술 앞에서 예술가들이 정서적 충격까지 입었습니다. 그러나 비디오 아트 예술가 백남준이 언급했듯이, 자신의 예술 작업에 있어서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를 제대로 증오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기계 장치와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감각의 소중함과 그 가치입니다. 공연예술가들도 무조건 비대면 온라인 공연을 대면으로 가질 수 없는 공연에 대한 부차적인 작업으로 치부하며 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장치들을 활용해서 어떻게 일류가 지금까지 이뤄 놓은 "연극"이라는 혁신적이고 전위적이며 직접적이고 날 것이었던 예술 형식을 디지털 상황 안에서도 불구하고 그 고유한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반응으로 제한되어 있는 ChatGPT이지만, 그를 무대 위의 대화 상대자로 이끌어내는 연출이자 제비 역할의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간이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피그말리온적, 프랑켄슈타인적인 감각으로 접근해 보는 유희의 상황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이로써, 기계를 통해 작아지는 예술가가 아닌 기계, 기술을 통해 더 활발하게 장난질 치는 예술가의 모험심과 호기심을 강조해 보고자 합니다.

ChatGPT-4와 즉흥극의 가능성,
새로운 공연 예술의 모험

기술이 계속해서 급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공연의 완성도가 낮을지라도 이제 막 출시된 GPT-4를 공연에 즉시 활용해 보고자 합니다. 말하는 능력까지 보완된 상태라서 즉흥극에 대한 경험이 많은 창작자와의 어떠한 즉흥 공연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독일 연출가 에르빈 피스카토어(1893 - 1966)는 격변기의 시대를 살면서 매일같이 변화하는 현실 상황을 극장의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해 르포르타주 형식의 정치극을 고안해 내었습니다. 예술가들이 기술에 도태되거나, 장치들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좌절을 겪기 보다, 모험심과 호기심에 가득 찬 예술가 정신으로써 그때 그때 장치가 가져다주는 장점을 빠르게 발견해 내고 실험해 나가는 창작자의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나의 쇼케이스를 창작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지만, 과정을 기록으로 담고, 실험 결과들을 홈페이지나 기타 SNS 채널을 통해 동시대 공연 예술가, 연극인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로써,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디지털을 활용하고 생태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