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2

<시간의방 에피소드#1 몸> 9회차 공연 후

에피소드#1 몸

eunkyoung shin

11/24/20211 min read

시간의방 에피소드#1 몸

2021년 11월 24일 수요일 밤 8시 공연 후, 두번째 관객과의 대화

만든이들: 김민정(배우_몸), 김은진(청각 디자인,배우_에코), 신은경(기획,연출,배우_몸), 이정은(조연출,배우_에코), 하지혜(배우_에코)

관객: 심보경, 엄서연, 오선재, 이광용, 조성우, 차슬기, 최민수

대화 촉진자: 홍정아

대화촉진자: 오늘의 공연을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광용: 멀고도 가까운.

지혜: 연결됨의 기쁨

심보경: 오늘 우리는 한몸이었다

김민정: 아이러니

신은경: 관객이 다 채웠다

대화촉진자: 기분좋은 만남, 느슨한 연대

김은진: 감사합니다

오선재: 배고팠었는데 배부르게 먹은 느낌이에요.

이정은: 갑자기 반가움

차슬기: 지금 여기 만나 당장 만나~~

최민수: 역시 사람은 만나야 돼

대화 촉진자.창작자에게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어디에서 공연의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기획/연출_신은경.저희가 백지에서부터 공연 준비를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흰 바탕에서 온라인 공연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팀원들이 꾸려졌습니다. 저희 창작자들은 모두 배우 훈련을 받았기에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많았습니다. 첫 모임에서 저희에게 던져진 질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우리가 평생에 재미나게 본 공연은 무엇인지, 그 공연이 왜 지금까지 기억에 남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 그리고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온라인 공연이란 무엇인가. 그러면서 대면으로 경험했던 공연들이 관객과 배우가 만나는 현장성으로 전해 준 임팩트가 있었는데, 그 효과를 어떻게 온라인 공연이 대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_라는 시작점에서 출발하게 되었어요. 그러면 어떻게 온라인 공연으로 대면 공연에서 경험했던 충격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을 때, 저희의 경험은 무대 위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 예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가 나왔을 맞닥들였을 때 우리는 깊은 감동을 받고,재미를 느끼고, 오래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된다 라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또 한가지의 발견한 점은, 대면 공연은 우리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러 가기 때문에 공연장에 찾아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공연장의 냄새, 공기 중의 습도, 관객석의 딱딱함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장면에 대한 기억도 있지만. 즉, 대면 공연에서는 우리의 몸의 감각이 열려있는 상태인데, 온라인 공연으로 집안에서 익숙한 환경 안에서 접속을 할 때에는 내 몸은 하나도 깨어있지 않고, 눈과 귀로만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한다_그래서 온라인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대면 공연처럼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주려면 관객들의 몸을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우리가 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코르푸스의 텍스트를 접하게 되고, 그 안에서 시적인 텍스트들을 통해 자극을 받아서 작품을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어 회의할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해요.

기획/연출_신은경.접촉으로부터 시작했어요. 어떻게 접촉을 할 수 있을까, 접촉은 감각은 깨우는 것인데,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자극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해 보면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외부자극수용기)이 있을 것이고, 우리가 기억을 접촉하는 것도 일종의 감각일 것이고 상상으로 깨우는 것도 일종의 감각일 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배우들이 대신 감각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면서) 관객분들을 행위자로 만들어서 직접 느끼고, 듣고, 그렇게 행위를 함으로써 스스로 감각하고 지각하도록 만들자는 결론으로 나아왔습니다.

온라인 공연을 준비하면서 대면 공연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건 일종의 향수인 것 같아요. 저희들이 배우로써 제작자로써 무대에 설 수 없고, 너무나도 관객을 만나고 싶지만 만남이 없이 땀방울로 만들어진 공연들이 그냥 재생되는 비디오로 남겨지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관객과 접촉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사실 접촉은 100% 불가능한 게 확실한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촉의 욕구가 계속 생겨나는 이유가 뭐지? 저희가 서로 이미 알고 있는 창작자들이였기 때문에 저희가 비대면 만남을 가지면서도 계속 서로를 실제로 만나고 싶은 거예요. 서로 온라인 상으로 만나서 기쁜데, 같이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고 있긴한데, 이런 같이 있다는 느낌을 어떻게 살려서 공연에 담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대면이라고 부를 수 없는 온라인의 살아있는 만남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접촉을 그리워하고있는 욕구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자극이 있어야만 접촉이 일어나는 것인가를 고민해 보았을 때, 지금도 내 몸에는 계속 뭔가가 접촉이 되고 있는데, 내가 인지를 못하는 거구나. 그러면서 모든 창작자가 함께 동일한 물품을 만졌을 때, 나와 물건 사이에서의 접촉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일어날 때, 이부분에서 느껴지는 접촉이 서로를 접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채워지지 않는 접촉에 대한 욕구를_ 어느 정도 내 몸을 살짝 속여가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하는 재미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관객에게 동일한 물건을 한국과 독일 차이 없이 동일한 물품을 배송해서 동일한 접촉이 일어나도록 공연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변수가 있을 것까지 예상하셨나요? 관객이 어떤 반응이 나오길 기대했나요?

기획/연출_신은경.무수히 많은 변수를 계산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엌을 공개하는 부분이 상당히 관객분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긴 한데, 미리 공개하기에는 관객분들이 저희가 부엌에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시고 기대감이 높아질까 염려가 되어서 공개하지 못했고요. 그리고 빈 벽을 사용해야 하는 부분도 미리 관객분들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 장면 자체가 셋팅된 장면에서 벗어나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공간을 찾아보는 범위가 넓어지면 공연 템포가 루즈해 지거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높아져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심장 스티커 장면의 경우도 저희는 관객에게 심장소리를 들어보라고 요구하지만, 저희의 예상치는 아무도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였거든요. 그런데 딱 한 관객분이 심장 소리가 들린다고 하기에 저희가 당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성냥이 켜지지 않는 변수들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소품이 빠져있는 변수도 생각해봤고요.) 그리고 에코의 탄생 배경에도 변수가 작용합니다. 온라인 공연은 인터넷 속도나 연결 상태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데요.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면 공연이 중단되는 것이었어요.

배우 에코_지혜. 저는 지금 제주 산골에 살고 있어요. 창작자들 간에 리허설을 할 때, 몸의 역할로써 공연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심각하게 인터넷 상황이 안 좋았어요. 내 비디오는 멈춰있고,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 거지?하는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계속 반복이 되다 보니까, 이게 너무 큰 문제이고, 아예 공연 자체가 진행이 안 된다고 느꼈어요. 그때 몸의 대사들을 백업을 해주는 역할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탄생한 캐릭터가 에코였습니다. 몸은 음성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에코는 텍스트로 몸의 음성을 메아리처럼 따라해서 공연을 전반적으로 백업해 주기도 하면서, 무대감독 같기도 하고 조연출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티켓 박스 직원같기도 한 역할을 하면서_인터넷 상황으로 인해 탄생된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더불어 몸이 인터넷 문제로 줌에서 튕겨 나갔을 때, 에코가 몸의 역할을 해서 공연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까지 생각해 두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에코는 현대인의 나르시스트적인 면모를 암시하기도 하는데요. 줌은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타인들과 소통하는 디바이스이기 때문에, 숨어서 관객들을 바라보고 관객에게 메아리로 말을 걸고 있는 에코를 통해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던 나르시스케를 연상하게 되길 살짝 바래봤습니다.

배우 몸_민정. 저희 공연은 정말 많은 관객들의 변수를 담고 있는데요. 한 예로, 물을 끓일 곳이 없다던가, 물 끓이는 시간에 전기 포트가 아닌 냄비가 가스렌지 위에 나오는 관객이 있었어요. 몸의 역할로써 물이 끓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 속이 바빴습니다. 또 한 번은 빈 벽이 없었던 관객이 있어서, 그 관객에게 바닥에 누워서 행위를 하라고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도 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성냥이 잘 켜지지가 않아서 그 부분도 문제가 많았었는데요. 참여 관객의 절반 정도가 성냥이 안 켜져서 애를 먹어서 공연 후, 관객에게 성냥도 따로 준비하라고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었는데, 이미 관객에게 준비물 요구가 많아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회 한 회 상황이 거듭되면서, 그러한 돌발 상황 안에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관객을 보면서 저희에게 깨달음이 오는 거예요. 우리가 소품을 깜빡하고 무대에 올랐을 때, 우리의 뇌가 총 동원해서 그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했던 배우로써의 경험을, 지금 관객들이 겪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들었어요. 관객이 지금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 장면도 우리 공연의 한 부분으로 담아 넣는 것도, 그리고 다른 관객들이 그 관객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같이 마음을 조리면서 보고 있는 것도 우리 공연 속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배우 에코 & 조연출_정은. 저희의 가장 큰 우려는 참여하시는 관객분들이 이 공연을 기분 나빠하거나 배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켜보는 자세를 취하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예상외로 관객분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참여를 해 주셨습니다.

관객_이광용. 공연을 하다보니까, 온라인 공연하면 어느정도 예상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낭독극이라던가, 관객이 참여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큰 참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관객 자체가 이렇게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정말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했고요. 그리고 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는데, 비닐을 입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을 잊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네. 비닐을 쓰고 벽에 종이 테이프 떼는 데, 벽지가 같이 떨어지고 이런 것을 보니까 여러가지 생각도 많아지고 그렇습니다. 정말 상상했던 것에서 1도 일치한 부분이 없어서 정말 많이 놀랐고요. 정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 공연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창작자로써 관개과 공유하고 싶었던 부분은?

기획/연출_신은경.저희에게 심리적인 부담이 컸던 부분은 온라인 공연이라는 기대치를 가진 관객이 분명 티켓팅을 했을 텐데, 배우들의 비디오가 켜지지 않는 다는 게, 정말 큰 충격이 되고, 배신이 될까봐 그 부담감이 컸었었는데, 저희가 소품 봉투나 소품 소포가 아니라 소품 "편지"라고 이름을 붙인 데에는 우리의 의도를 읽어 달라는 의미였거든요. 그 안에 소품들이 공연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던 소품들로써 조명, 의상, 무대를 함축한 패키지 였어요. 일종의 관객 배우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던 거거든요. 얼굴 근육도 풀고, 몸도 스트레칭을 하고, 이제 의상까지 입고 무대, 조명, 음향에 모든 셋팅이 맞춰졌어요. 그리고 이제 관객들이 있는 그 각각의 공간에서 동일한 공연 스토리가 현재라는 공통점으로 겹쳐친 유니크한 개개인의 공연들의 중첩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관객이 관객의 몸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배우의 비디오를 꺼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배우들의 말은 이미 관객들을 향하고 있고, 비디오를 꺼도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고 있다라는 상황은 변하지 않거든요. 관객은 그냥 어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비디오를 노출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배우를 향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끌어가는 사람과 이끌리는 사람이 어느정도 수평관계를 유지해서 이게 약간의 마주대함. 아이러니하고 착시이고 착각이지만 그 마주대하는 대면점을 우리의 비디오를 몰래 끄고 관객의 비디오는 켜면서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홍보에 미리 실어야 하나 고민을 많았지만, 이걸 알고 들어오는 관객이 아니라_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 공연에서 정장을 입고 객성등이 꺼지길 바라는 관객이 극장에 모였던 것처럼_ 저희 공연에서도 (기존 온라인 공연의 관성을 가지고) 일반적으로 편한하게 앉아서 관람하러 들어온 관객들에게 그 (편안하게 구경하려하는 관객의) 욕구가 온라인 공연을 재미없게 만들었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용기있게 비디오를 끄게 되었어요. 그런데 반전은 관객들이 너무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저희가 감동이었습니다.

관객_오선재. 소품 편지를 받는 순간부터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나의 참여적 행위를 하기 위한 공간을 그 순간에 찾아야 하잖아요. 코칭에 따라 찾는데, 그냥 밋밋한 면으로 간단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내가 이 공간을 일상에서의 공간이 아닌, 무대적인 공간으로 한번 다시 스캔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블라인드를 찾아서 아래 보드를 치워서 즉각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게 되면서 더 역동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공간도 인식하게 되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_심보경. 연극이 어떻게 진화했을까. 예전에도 매력적으로 느꼈던 연극은 관객이 공연에 같이 참여했을 때, 그리고 돌발적인 상황에서 배우들이 피드백을 주고 관객과 함께 소통하는 것에 매력을 가졌었는데, 이 온라인 공연이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굉장이 매력있었어요.